그냥 웃고 넘기기엔 너무 어의가 없어서 포스팅~


대통령 후보들의 지적수준과 정신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적성검사를 하고 수준미달인
경우 퇴출시키는건 어떨까.
이런 망신스런 사태가 일어나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말이다. 쩝
Posted by uk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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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526093214

이명박 정부 100일 평가 토론회 발제문-경제정책①

1. 서론
 
 
IMF 환란 이후 한국경제의 화두는 시장규율의 확대였다. 비상조치로서의 빅딜(재벌기업의 사업교환)을 제외한다면 재벌 및 금융개혁 등의 성격은 시장의 영역을 더욱 확대시키며, 시장의 작동을 원활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리고 사소한 문제점을 논외로 한다면 그 개혁의 방향은 전체적으로 옳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대우그룹의 해체에서 보이듯 재벌대기업의 '대마불사' 신화는 사라졌으며 정부 지원을 전제로 한 방만한 경영도 없어졌다. 외환보유액은 지금 2600억달러에 달하며 재벌 대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OECD의 타국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두드러지게 낮은 것도 아니며, 경제성장에서의 기술혁신의 기여도(총요소생산성)의 비중도 상당히 높아졌다.
 
  그러나 경제회복과정은 사회적 양극화의 진행과정이기도 했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세계적 강자로 도약한 반면 중소기업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좌파정권'의 집권으로 비판받는 지난 10여년간 중소기업,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들의 생활은 더욱 불안해졌다. 장시간 노동, 불안한 노동, 위험한 노동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며 자살률 또한 세계 1등이다.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등 한국사회는 가진 자의 구심력과 못가진 자의 원심력으로 분열되고 있다.
 
  적어도 지난 12월 대선, 그리고 올 4월 총선을 통해서 국민들은 경제성장과 사회적 양극화의 2마리 토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세력으로 이명박 노선을 지지했다. 그러나 과연 대통령, 국회,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까지 장악한 거대한 '우파정권'은 지금의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인가? 한국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인가? 규제완화, 감세, 경제적 개방화로 대표되는 정책체계가 과연 국민경제의 발전, 그리고 서민경제의 안정에 연결될 수 있는 것인가?
 
  본고는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이 그리는 '미래'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비판적'이라는 말은 이명박의 경제정책이 진정한 의미에서의 경제활성화에도 또한 서민경제의 안정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의 '비판'을 말한다. 본고의 제목인 '우울한 MB노믹스'라는 단어는 특히 한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의 생활에게 있어 MB노믹스가 '우울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이다.
 
  본고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의 형식을 띠고 있다.
 
  ① 이명박 정권이 제시하고 있는 정책의 최종목표인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국가' 라는 비전이 작동되기 위한 논리구조, 즉 '활기찬 시장경제', '능동적 복지', '인재대국', '성숙한 세계국가', '섬기는 정부'라는 5대 국정지표의 성격은 무엇인가? 각각의 정책과제는 정책의 최종목표와 논리적으로 정합적인가?
  ② 구체적으로 MB노믹스 하에서 '잘사는 사회'는 어떻게 가능한가? 경제발전의 '주역'을 누구로 상정하고 있으며, 그 '주역'을 강화시키기 위해 어떠한 방식의 경제정책 수단을 사용하고 있는가? 또한 감세, 재벌규제완화, 능동적 개방 등의 각종 정책은 경제성장과 연결되는가? 성장이 된다면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
  ③ MB노믹스 하에서 '따뜻한 사회'는 어떻게 구현 가능한가? 구체적으로 '능동적 복지'라는 정책체계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자기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하고 있는가? 복지와 경제성장과의 상호관계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④ MB노믹스 하에서 '강한 국가'는 어떻게 가능한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강한 국가의 조건'이라는 저서에서 '작은 정부'가 '약한 정부'로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국제경제의 경쟁과 불안정성의 격화 속에서 정부에 필요한 것은, 내부적으로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조직하고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강한 정부'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민주적 정부'이다.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국민은 일 잘하는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은 과연 '일 잘하는' 정권인가? 내부적으로 '효율적'이며 외부적으로 '민주적'인가?
 
  2. MB노믹스의 논리구조
 
  2008년 2월 5일 발표된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는 소위 5대 국정지표, 21대 전략, 192개 전략과제로 요약된다. 192개 전략은 다시 43개 핵심과제, 63개 중점과제, 86개 일반과제로 정해진다.
 
  여기서 많은 과제들은 기존의 참여정부의 정책과 오버랩된다.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서비스산업 육성, 평생학습사회의 구축, 적극적 대외개방정책, 공공부분 개혁 등과 같은 과제들은 MB노믹스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IMF 환란이후 한국경제에게 제기된 문제, 즉 세계화에 대응한 중장기적 성장동력 창출이라는 과제는 많은 경우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정략적 의도에 의한 '좌파정권 10년'이라고 비판하는 것을 논외로 한다면, 적어도 민주화된 국가에서 한 정권이 지향했던 이념, 정책, 정치행위는 일정 정도 국회와 언론, 그리고 시민사회의 견제 속에서 사회적 논의 과정을 겪었음에 틀림없다. 따라서 일정 정도는 '정권'과 상관없이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노믹스가 이전의 참여정부와 차이가 나는 점은 성장을 통한 일자리창출, 성장을 통한 복지 등 경제정책의 무게중심이 '성장'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성장'을 위해서 적극적인 재벌관련 규제완화 및 감세, 그리고 작은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그 전체적인 조감도를 그리면 다음과 같다.
 
▲ <그림 1> 이명박 정부의 정책체계
 
  자료 : 제17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이명박 정부 국정과제 보고』, 2008.2.5.

  먼저 5대 국정과제의 첫 번째인 '활기찬 시장경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감세 및 규제완화(재벌규제완화 등)에 의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며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이다. 외국인투자활성화, 신성장동력의 비전제시, 새만금의 동북아경제중심도시화,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서비스경쟁력강화 등은 참여정부가 제시했던 것과 크게 차별성을 가지지 않는다. 차별성을 가지는 것은 감세와 재벌 등에 대한 규제완화를 통해서 정권초기의 '747공약' 즉 연평균 7%의 경제성장, 5년 내 4만달러 소득, 세계7대 경제대국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7% 경제성장에 의해서 300만개의 신규일자리 창출도 강조된다. 집권 후 경제환경의 악화에 따라 7% 성장론이 6% 그리고 5.5%로 점차 낮아졌음에도 이른바 '경제살리기'의 비법으로 감세와 규제완화가 강조되는 것은 동일하다.
 
  두 번째 과제인 '인재대국'에서 특징적인 것은 대학입시의 단계적 자율화, 대학운영의 자율화 등의 내용이다. 전과목 영어수업이라는 설익은 정책구상의 난무 등을 별도로 친다면, 영어공교육에 대한 정부예산의 집중적 투입의 방향성은 참여정부에서 추진되던 '영어마을' 개설과 기본적인 논법은 같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연구역량강화, 평생학습체계구축 등의 구상도 새로울 것이 별로 없다. 그것보다는 교육에 있어서 '경쟁원리'의 도입, 즉 대학입시의 자율화를 통한 초중고 교육의 경쟁체제화를 의도하고 있다는 점은 참여정부의 정책기조(이른바 3불정책)와 크게 대비된다.
 
  세 번째 과제인 '글로벌코리아'에서 자원·에너지 외교의 강화, FTA체결의 다변화, ODA의 확대 등과 같은 과제들도 기본적으로 참여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글로벌코리아' 구상의 특징점은 '비핵·개방·3000 구상'이라는 대북정책의 전환에 있다고 보인다. 이와 함께 이명박의 대표적 대선공약이었던 '한반도대운하구상'은 사회적 반발을 의식한 듯, '글로벌코리아구상'의 '친환경경제에너지구조의 구축' 속에 숨겨져 있다. 한반도대운하가 '경제개발'의 목적보다는 '친환경정책'으로 포장되어 있는 것이다.
 
  네 번째 과제인 '능동적 복지'에서는 ①국민연금·기초노령연금 통합,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②저소득층 자녀 지원을 위한 드림스타트 사업, ③신불자에 대한 신용회복지원, 지분형 분양주택, 재래시장 활성화, 부동산시장안정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구호'로서 나타나는 복지사회실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복지에 대한 예산배분을 어떻게 하며 그것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내용이 중요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참여정부의 '과도한 복지지출'을 비판하고 나선 이명박 정부에게 있어 복지예산이 더욱 증대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보다는 복지부분에 대한 민간의 역할 강조(민간연금,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등)가 주요한 내용이 되고 있다.
 
  다섯 번째 과제인 '섬기는 정부'에서 특징적인 것은 정부조직개편 및 공공기관의 혁신 혹은 민영화를 통해 정부예산을 10%절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외에도 국민편의 원스톱서비스(희망복지129센터), 광역경제권 구축과 특별행정기관 정비 등도 강조된다. '섬기는 정부' 항목에서 또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바로 '엄정한 법집행'에 대한 강조이다. 주로 노사관계 등에 적용될 원칙을 정한 것으로서 향후 불법시위 및 파업과 관련하여서는 공권력의 강력한 대응을 예상케 한다.
 
  이상의 MB노믹스를 정리한다면 크게 감세 및 재벌관련규제완화, 그리고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통한 경제 살리기, 경제살리기를 통한 안정된 일자리의 창출과 복지의 구현, 작은 정부의 구현(정부조직개편 및 민영화 등) 및 강력한 공권력에 의한 엄정한 법집행으로 요약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검토할 것은 당연히 다음의 과제이다. ①감세 및 재벌규제완화, 그리고 적극적인 개방정책은 경제살리기로 연계되는가? ②경제살리기가 과연 안정된 일자리 창출과 복지의 구현으로 연계되는가? ③한국적 상황 속에서 작은 정부의 구현과 엄정한 법집행이 가지는 사회경제적 함의는 무엇인가?
 
  3. MB노믹스 비판(1) :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
 
  3.1. 감세와 재벌규제완화의 논법

 
  현 정부 경제정책의 밑바탕에는 우리나라의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연평균 2.6%(실질)의 증가에 그쳐 성장기반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점, 그리고 정부의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나 생산성 향상 유인을 저하시켜 보수적인 경영에 안주하게 만들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민간소비도 외환위기 이후 10년간 연평균 2.8% 증가에 그쳤으며 특히 자영업자 등 서민계층의 소득부진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한다. 2008년 3월 10일의 기획재정부 대통령업무보고자료. 여기서 경제살리기의 중요한 정책수단은 기업관련규제완화와 감세라는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
 
  재벌관련 규제완화로서는 ①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②지주회사관련 규제폐지(부채비율 200% 제한 및 비계열회사 주식 5% 이상 보유금지 폐지), ③상호출자 및 재무보증제한 기업집단지정기준의 상향조정, ④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직권조사 및 현장조사 통제, ⑤동의명령제 도입, ⑥금산분리폐지(3단계로 실시)가 주요한 내용이다. (2008년 3월 28일의 공정거래위원회 대통령업무보고자료, 3월 31일의 금융위원회 대통령업무보고자료.)
 
  한편 논란의 소지가 많았던 추경예산편성은 잠정적으로 뒤로 미룬 듯,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은 5월 16일 국세청에서 열린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지속적으로 감세를 추진해 조세부담률을 2012년까지 20%대로 낮출 것"이라며 올 6월 임시국회에서의 법인세율 대폭 인하와 9월 정기국회에서의 근본적인 세제개편을 언급했다. 근본적인 세제개편 속에서는 상속세, 소득세, 부동산거래세 등의 감면 등이 예상된다.
 
  여기서 감세의 경제성장효과의 교과서적인 일반론 외에 구체적으로 한국사회에 적용되는 분석을 필자는 알지 못한다. 고령화, 사회적 양극화에 따른 복지예산의 증가필요성으로 그 동안 '증세' 논의는 있었지만, '감세'는 어쩌면 갑작스러운 아젠다이기 때문이다.
 
  3 월10일의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조세연구원의 연구(2008년1월)를 인용하며, 법인세율 1%p 인하시 국내투자 2.8% 증가, 고용 4만명 증가, 외국인투자 0.4조원 증가, 명목 GDP 0.2% 증가라는 방증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정확한 계산의 근거는 제시되지 않는다.
 
  감세의 소비증대효과도 대다수 서민 계층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상속세의 경우 기초공제, 배우자 상속공제, 가업상속공제, 금융재산 상속공제 등 각종 공제제도가 많아 10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세율 30%와 관계없이 세금이 전혀 붙지 않으며, 양도소득세도 현행법상 6억원 미만의 1세대 1주택자에게는 비과세 혜택이 돌아간다. 소득세의 경우 국민의 절반이 과세미달로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세금 감면 효과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셈이다.
 
  외국의 사례에 있어서도 감세가 새로운 경제활성화를 가져왔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레이건, 영국의 대처정권에서의 감세정책이 적어도 미국의 사례에 있어서는 1980년대 중후반까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감세가 경제성장을 가져온다는 경제학 교과서적인 설명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그것이 작동되는 메카니즘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나 아직까지 MB노믹스 하에서 섬세하고 명확한 논리구조는 발견되지 않는다.
 
  3.2. 재벌규제완화를 통한 투자증대?
 
  그러면 분석해야 할 것은 재벌규제완화와 관련된 논점이다. 과도한 재벌에 대한 규제가 투자부진의 원인인가?
  첫째로 검토해야 할 것은 과연 10여년간의 한국의 투자율이 '비정상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가이다.
 
  < 표 1>은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자료를 이용하여 총고정자본형성의 GDP 대비 비중 추이를 나타낸 것이다. 경상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1999~2005년의 설비투자비중(10.3%)은 1991~97년(13.4%)은 물론 1971~79년(11.9%) 및 1981~90년(13.1%)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교기준을 1991~97년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1997~97년의 GDP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중 37.0%, 건설투자 비중 22.7%, 설비투자 비중 13.4%는 1999~2005년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1971~79년 및 1981~90년에 비해서도 과중한 것이었다. 지금이 '비정상'이 아니라 1991~97년간의 37%가 '비정상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김상조, 「경제위기 이후 한국재벌개혁·금융개혁의 현황과 과제」,
 
  2008년2월14일 새사회전략정책연구원·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세미나 발표자료.)
 
  오히려 한국경제의 '대마불사'의 신화가 사라짐으로서 투자가 더욱 건전화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마불사의 종식'이란 경제위기 당시 수많은 대기업이 몰락하는 것을 지켜본 기업들이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따라서 무리한 투자를 자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임원혁(2007) 은 자산 대비 설비투자를 투자성향 지표로 사용하여 분석한 결과 1990~96년에는 재벌 더미가 유의했지만, 1999~2003년에는 통계적 유의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한다. 이 결과는 경제위기 이전 대마불사의 신화를 믿고 투자를 하던 재벌이 위기 이후에는 부도위험을 재인식하게 되었다는 가설에 부합한다. 투하자본을 통해 얻은 영업이익에서 투하자본조달에 소요된 자본비용을 차감한 경제적 부가가치(EVA: Economic Value-Added)를 봐도 이와 같은 투자행태의 변화는 실감할 수 있다. 증권거래소가 금융업, 상장폐지·관리종목, 워크아웃종목, 자본잠식기업 등을 제외한 상장법인을 대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97년에는 EVA가 0을 초과한 기업이 전체의 20.0%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는 45.8%로 개선되어 증권거래소가 EVA를 산출하기 시작한 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즉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1980년대 말부터 1999년까지는 평균적으로 가치를 파괴하는 경영을 해왔으나, '대마불사'의 신화가 종식된 이후에는 투자의 수익성과 기회비용을 고려하는 합리적인 투자행태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임원혁, 「경제위기 전후 한국경제의 구조변화 : 주요 쟁점과 과제」, 2007년10월11일 새사회전략정책연구원·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세미나 발표자료.)
 
▲ <표 1> 형태별 총고정자본형성의 GDP 대비 비중(경상가격기준, %)
 
  자료 : 김상조(2008)의 전계논문에서 재인용.
 

 
▲ <표 2> 상장기업의 경제적 부가가치(EVA) 추이
 
  자료 : 임원혁(2007)의 전계논문에서 재인용.
 

  두 번째로 검토해야 할 것은 과연 재벌대기업의 투자가 부진했는가에 대한 논점이다. 소위 '반재벌정서론'이라고 할 수 있는 논리, 즉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혹은 반재벌정책이 기업인들의 의욕을 감퇴시켜 투자 위축을 초래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김상조(2008)는 8대 재벌 외환위기 이전의 10대 재벌에서 대우와 쌍용 제외; 계열분리된 친족그룹은 모그룹에 합산. 김상조의 전계논문 참조. 의 투자가 국민계정상의 '설비투자+무형고정자산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2002년 저점을 통과한 이래 그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2005년 현재 외환위기 이전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4대 그룹, 특히 (범)삼성그룹 및 (범)LG그룹의 투자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의 최고 수준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이는 출총제 등 재벌에 대한 과잉규제 또는 경영환경 악화가 재벌들의 투자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재계의 주장이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낸다.
 
  오히려 국민계정상의 설비투자 부진은 재벌 이외의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었기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홍장표(2007) 도 잘 지적하고 있듯이, 2003년 이후 재벌로 대표되는 상장기업의 설비투자는 급등하고 있는 반면, 비상장기업의 설비투자는 급락하는 추세가 명확히 나타난다. IMF환란 이후 우리나라에서 본격화된, 이른바 '양극화 성장체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1990년대 초 이래 종사자 수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의 기업수⋅고용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부가가치⋅유형자산 비중은 오히려 하락하였다. 특히 중소기업 중에서도 근로조건 및 생산성이 가장 열악한 종사자수 5-19인의 영세기업의 기업수⋅고용⋅부가가치⋅유형자산 비중은 빠르게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영세화와 함께 대-중소기업간 격차의 확대, 그리고 이러한 중소기업에서의 투자급락이 한국경제의 투자부진을 설명하는 요인인 것이다. 이러할 경우 소수 재벌의 선도적 투자에 의한 경제활성화 방안은 그 유효성이 상당히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홍장표, 「혁신과 통합의 산업정책」, 2007년11월22일 새사회전략정책연구원·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세미나 발표자료.)
 
▲ <표 3> 8대 재벌의 투자 비중 추이 (단위:%)
 
  자료 : 김상조(2008)의 전계논문에서 재인용.

  3.3. 재벌투자증대를 통한 일자리창출?
 
  만약 재벌대기업의 규제완화→투자증대의 논법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양질의 일자리창출 가능성은 무척 적다. 지난 10여년간 재벌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과의 양극화가 진행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안정된 직장을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의 일자리는 정체 혹은 축소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림 2>에서 보여주듯 500인 대기업에 소속된 노동자 수가 1993~2005년 기간에 210.6 만명에서 131.8 만명으로 감소되었으며, 그 비중 역시 전체 사업체 노동자의 17.2%에서 8.7%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경우, 5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비중이 1982~2005년의 기간에 26.9%에서 26.5%로 거의 변화가 없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크게 대비된다.(이병훈, 「1997년 노동체제의 문제진단과 개혁과제」, 2008년3월22일 새사회전략정책연구원·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세미나 발표자료.)
 
▲ <그림 2> 500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의 규모와 비중 추이(단위: %)
 
  자료 : 이병훈(2008)의 전계논문에서 에서 재인용.

  대기업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면 그 대척점에 있는 것이 중소·영세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며, 이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으로서 많은 차별적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유선(2005)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토대로 계산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2004년 8월 현재 816만 명으로서 전체 임금노동자의 55.9%에 달한다. OECD 국가들은 대부분 파트타임이 비정규직의 다수를 점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비정규직의 96.9%(816만 명 가운데 791만 명)가 정규직과 거의 동일한 시간의 노동을 한다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정규직을 100으로 할 때 비정규직 월임금총액은 51.9%, 시간당 임금은 53.0%에 불과하며, 이러한 격차로 인해 한국의 임금소득 불평등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임금분포 중 상위 10%와 하위 10% 간의 임금격차(90/10)는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에 4.9배에서 2003년에는 5.6배(시간당 임금 기준)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2001년) 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5.2배는 미국의 4.3배보다 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실태는 다른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이 상황에서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개발전략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시켜 갈 것이라는 일종의 '선험'적 판단은 한국의 양질은 일자리창출과는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4. MB노믹스 비판(2) : 한미FTA, 검증 없는 개방주의
 
  이병박 정권의 또 다른 측면은 검증 없는 대외개방주의이다. 특히 한미FTA와 같은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서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정치일정에 맞추어 밀어 붙이려고 하고 있다. 필자는 한미FTA 자체가 한국경제의 지속적 발전의 '묘약'도 '독약'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협정문 그 자체로 본다면 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묘약'으로도, 혹은 '선진화'에 따라갈 수도 없어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의 '공공성'의 영역이 심각하게 침해당할 수도 있는 '독약'으로도 읽힐 수 있다.
 
  그보다도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횡횡하고 있는 '정책검증의 무신경구조'와 단순한 '시장만능주의적 사고방식'이 한미FTA와 연계되었을 때 나타나게 되는 사회적 파괴력이다. 1,300여 쪽(영문)에 달하는 협정문 속에는 사방이 지뢰밭이다. 각각의 요소가 한국의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및 대응작업도 없이, 그냥 "미국의회의 비준에 압력을 넣기 위해서", 혹은 "한국경제 선진화에 계기"라는 상황적 논리, 추상적 논리로 한미FTA를 밀어붙이려 하는 것은 바로 한국사회의 '정책검증의 무신경구조'를 그대로 나타낸다. 그리고 이것은 참여정부에서도 그리고 현재의 이명박정부에서도 공통되는 성격이다. (이하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김종걸, 「한미FTA와 한국경제의 미래」, 2008년3월6일 새사회전략정책연구원·코리아연구원 공동기획세미나 발표자료를 축약한 것이다.)
 
  4.1. 한미FTA와 경제적 활력: 과대선전의 혐의
 
  4.1.1. 확실한 것은? : 미국시장에 대한 약간의 수출증가
 
  한미 FTA를 추진해야 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미국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확보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우리의 주력수출품의 미국시장에서의 관세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WTO의 최혜국(MFN) 관세율을 기준으로 우리의 제1수출품인 전자직접회로 및 초소형 조립회로 등은 무관세이다. 그 외의 전자·전기제품에 대해서도 최저 0%, 최고 3% 수준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여기서 한국정부가 강조하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와 섬유분야이다. 산업별로 대미수출증대를 추정한 정부의 문서에서도 자동차는 전체제조업 대미수출 증대의 60%를, 그리고 섬유는 14%를 차지한다. 그러면 자동차와 섬유부분의 수출증대에 대한 평가는 어떨 것인가?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양 산업에 있어서의 수출증대효과는 확실히 존재한다. 그러한 성과까지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단지 그 성과를 보는데 있어서도 몇 가지의 단서조항은 필요하다. 관세철폐에 의한 수출의 증대와 더불어 자동차와 섬유분야에 있어서의 문제조항은 없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협상의 결론은 ①양국간 관세철폐, ②미국자동차 수입증대를 위한 한국의 자동차관련 세제 개편, ③신속분쟁해결절차, 특히 스냅백(snap-back) 조항의 도입이다. 수출증대와 관련하여 비판론자와 찬성론자의 대립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두 주장의 중간정도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단순계산으로 70만대 수출(미국 2.5% 관세)과 4,000대 수입(한국 8% 관세)의 현황을 고려한다면, 만약 2,000만원의 승용차로 계산하더라도 한국기업은 매년 약 3천5백억원 정도의 추가수입이 더욱 생길 수 있다. 이에 비해 미국기업은 64억원에 불과하다. 자동차부품도 대미수출이 약 22억달러, 수입이 약 4억달러(2005년)인 것을 생각하면 관세율 하락의 이득은 한국 쪽이 더욱 크다. 반대론자의 논점은 미국승용차의 현행 관세율이 2.5%인 상황에서 수출증대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 자동차부품의 경우에 있어서도 미국현지생산의 현지조달비율이 70%에 달하고 있어 그 영향 또한 한정된다는 점. 그리고 관세율이 높은 화물차(25%)는 원래 미국의 경쟁력이 높아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강조된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한미 FTA 분야별 평가 보고서』, 2007년4월24일.)
 
  이 에 비해 찬성론자의 논점은 현재 한국이 연간 70만대를 미국에 수출하고 4,000대를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철폐 효과는 한국이 훨씬 크다는 점. 우리기업의 현지생산능력 확대와는 별개로 미국기업의 outsourcing 시장으로의 진출이 가능하리라는 점. GM 등 미국기업의 한국으로의 수출은 관세율 인하와 특소세 등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크게 영향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향후 한국기업의 트럭생산과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는 점 등이 강조 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미 FTA체결 후 자동차수출입의 변화』, 2006년12월21일.)
 
  단지 여기서도 협상의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째로 국내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개편한 것은 전형적인 '관세'와 '제도'의 교환이었다. 그나마 중·대형 승용차 비율이 압도적(전체의 72.5%, 2006년 기준)인 한국사회에서 중대형 승용차의 소비와 환경오염을 더욱 촉진시키는 세제개편이 과연 합당했는가는 의문이 남는다.
 
  둘째로 스냅백(snap-back) 조항의 위험요소도 충분히 있다. 스냅백 조항이란 협정 위반 등으로 심각한 교역 장애가 발생하였다고 판정한 경우, 승용차에 한해 특혜관세 이전(2.5%관세)으로 환원 가능한 조항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비위반제소(non-violation complaints)의 발동요건에 해당되는 이 조건은 그 개념 자체가 애매하다는 점에서 오남용의 여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조항은 10년간 활용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종료되게 되어 있으나, 적어도 10년간에는 자동차관련 정책 및 제도의 대대적인 점검 및 개편작업은 필요로 될 것이다.
  정 부에서도 산업자원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자동차협정이행위원회'(2007년4월)를 구성하고 자동차관련 정책 및 제도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위반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발표는 있으나,( 정부관계부처합동, 『한미FTA 협정문 공개이후 중요 쟁점별 질의응답자료』, 2007년5월, 3쪽.) 구체적으로 현행 제도/법규 중에서 위반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발표도 지금 단계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섬유협상의 결론은 대미 수출품의 61%에 해당되는 물품의 관세는 당장 철폐되며 나머지는 3년, 5년,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되어 간다는 것이었다. 물론 미국의 특수한 섬유원산지 규정문제(yarn-forward)를 감안하다고 하더라도 수입산 원사의 국산원사로의 대체, 섬유수출의 증대 등의 효과는 있을 것이다. 국산원사의 가격은 수입산 보다 평균 10% 고가이며 현재 국산섬유류 최종가격에서 원사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직물평균 33%, 의류 평균 1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산원사가 수입사보다 10% 비싸고 원사의 제품원가비중이 30%인 경우, 국산원사 사용시 비용은 3% 상승하므로 미국의 섬유류의 가중평균 관세율 13%를 감안한다면 국산원사를 사용하는 유인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정부부처합동, 『한미FTA상세설명자료』, 2007년5월, 41쪽.) 따라서 미국의 yarn-forward 제도 때문에 섬유수출이 심각히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는 크지 않다.
 
  단지 여기에서도 제도운영의 복잡성 증대로 인해 경영상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도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은 중국산 섬유제품의 미국으로의 우회수출을 방지하기 위해 경영진명단, 근로자수, 기계대수 및 가동시간, 제품명세 및 생산능력 등의 정보를 미국세관에 '영문'으로 제공해야만 하며 미국정부는 이에 대해 엄격한 비밀유지의 의무를 지니게 되어있다. 미국바이어와 직거래를 하지 않은 중소기업(50인 미만)의 경우에는 이러한 자료제출에서 제외되나, 그 외 기업에 있어서 '기업비밀'에 해당되는 자료의 제공에는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자료에 대해서 신뢰성이 의심받을 경우 사전예고 없는 현장실사도 가능하게 되어있어 기업의 부담은 가중된다.
 
  4.1.2. 불확실한 것은? : 과대선전의 모습들
 
  (A) 경제적 효과 : 과대선전(1)
 
  그러면 한미FTA에 의해서 어느 정도의 경제적 성장이 가능한 것인가? 2007년 4월 27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1개의 연구기관 공동명의로 발표된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분석』에서는 한미FTA는 그것이 없을 경우와 비교하여 단기적으로는 실질 GDP가 0.32%, 장기적으로는 6.0%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취업자는 단기 5.7만명, 장기 34만명 증가하며, 무역수지도 대미 연평균 4.6억달러, 대세계 20.0억달러 흑자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 <표 4> 한·미 FTA가 실질 GDP 및 후생 수준에 미치는 효과
 
  자료 : 정부연구기관합동연구,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분석』, 2007년4월27일

 
▲ <그림 3> 경제개방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 메카니즘
 
  자료 : 정부연구기관합동연구,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분석』, 2007년4월27일

  그러나 이상과 같은 경제효과측정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첫째는 애초부터 CGE모델이 가지는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이 단순한 정책의 '참고자료'가 아니라 정책타당성의 '증거'인양 선전한데 있었다. CEG 모델, 즉 연산가능(computable) 일반균형모델은 상품 및 생산요소 시장에서의 완전경쟁과 완전정보, 그리고 생산요동의 완전이동과 완전활용을 가정하고 있다. 당연히 이 세계 속에는 실업도 없으며 공장의 유휴설비도 존재하지 않는다. 생산성이 낮은 농민이 생산성이 높은 반도체산업으로 이직하는데 어떠한 비용과 준비도 필요 없으며, 제약업계에 사용되던 생산설비가 그대로 자동차산업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 실업도 그리고 생산자본의 매몰비용(sunk cost)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세계'인 것이다.
 
  비교 열위분야에 투입된 생산자본이 새로운 비교우위 분야로 이동하는 것은 커다란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긴 시간을 거쳐 이루어지는 산업구조조정의 경우 이러한 자원의 이동이 장기적으로 조정되기 마련이나, FTA와 같은 외부의 충격에 의해 야기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자원이 충분히 이용되지 않는 경제학적 문제를 야기한다. 생산가능곡선의 한 점에서 한 사회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산업구조조정 과정이 또 다른 생산가능곡선의 한 점으로 수렴되어 갈 것이라는 확신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연구 중에서 이러한 '조정비용'까지 포함한 섬세한 분석은 본 적이 없다.
 
  둘째로, 계산모델 자체의 문제만이 아니다. 모델 내에서의 '자의적'인 '뻥튀기'가 존재한다는 점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히 손상시켰다. '단기효과'가 연평균 0.03%로서 상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을 때, 국민설득의 주요한 수단으로 부각되었던 것이 바로 '장기효과' (자본축적 및 생산성증대효과)라는 것이다. (정부연구기관합동연구,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분석』, 2007년4월27일. 민주노동당 한미FTA 정책전문단/영향평가팀, 『정부 발표 "한미 FTA 경제적 효과분석"(04.27)에 대한 몇 가지 쟁점 분석』, 2007년4월31일.)
 
  그러나 이러한 장기효과의 주요내용인 '생산성증가효과'가 상당히 애매한 개념이며, 그 효과도 너무나 '과장광고'되어버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정부 측의 설명방식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생산성증가의 경로는 다음의 3가지 경로를 따라간다. 첫째는 한미FTA→무역의 증가→개방도의 증가→경쟁의 증가→생산성의 증가. 둘째는 한미FTA→외국인투자의 증가→생산성의 증가. 셋째는 한미FTA→한국의 제도개선→생산성의 증가. 그러나 이상의 3가지 경로가 어떠한 논리구조 하에서 어느 정도의 크기로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다. 선험적으로 상정하고, 매년 제조업 0.12%(10년간 1.2%), 서비스업 0.2%(5년간 1.0%)의 생산성이 증가한다고 가정한 것에 불과했다.
 
  (B) 외국인투자 : 과대선전(2)
 
  미국, 혹은 제3국으로부터의 투자가 늘어나 한국산업의 고도화에 일조할 것이라는 주장 또한 많이 발견된다. 이러한 주장은 다음의 2가지의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즉 한미FTA는 미국 혹은 제3국으로부터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갈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러한 투자가 한국경제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과연 그런가?
 
  첫째로, 한미FTA에 의해서 외국인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다음의 2가지의 논리적 경로를 따른다. ①한미FTA→투자보호제도개선→외국인투자증대. ②한미FTA→대미수출거점으로서의 한국의 위치개선→대미수출창구로서 제3국의 외국인투자증대의 경로이다.
 
  먼저는 한미FTA에 따른 지재권보호, 투자자보호, 관련규제철폐 등에 의해 한국의 전반적 투자환경이 개선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 혹은 제3국으로부터의 투자가 증대될 것이라는 점이 강조된다. 과연 투자자의 불만이 적어지면 투자가 증가할 것인가? 그러나 외국인직접투자의 증대는 단순히 외국인규제철폐만으로 증대되는 것은 아니다. 한 경제의 규모 및 성장성, 인적 물적 자원의 유형, 산업구조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마련이다. 경제적 투명성의 제고가 외국인 직접투자로 연결되어 갈 것이라는 단순논리도 국제경영학적 이론에 기반 한 논리적 결론도출도 아니다. 이론상 직접투자의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①독점적우위(monopolistic advantage), ②지역특성우위(location-specific advantage), ③내부화유인(internalization advantage)이다. 즉 외국인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투자하는 쪽이 압도적인 실력이 있거나, 투자하는 곳의 입지가 무척 좋거나, 아니면 시장거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스스로 그 업종에서 현지투자를 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한미FTA는 '투자입지'로서의 한국의 위치를 상승시킬지도 모르지만, 투자의 또 다른 원리, 즉 '내부화유인'은 더욱 작아질 수 있다. 즉 논리적으로는 '증가' 혹은 '감소' 어느 쪽이든지 해석 가능하다. 경험적으로 보아도 외국인투자보호가 직접투자의 증대로 귀결되었다고는 증명되지 않는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 약 80여개국과 투자협정(BIT)을 맺어 왔으며, 그러한 투자환경의 변화가 한국으로의 투자를 그리 획기적으로 증대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각종 연구결과에서도 지역무역협정이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고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명확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김양희, 「FTA의 다양성과 우리의 선택」, 정세은, 「한미 FTA 투자조항의 득과 실」에 자세히 분석되어 있다. 두 논문 다 최태욱편, 『한국형 개방전략』, 2007년3월, 창작과비평사에 수록.)
 
  한편 한미간의 관세인하 또는 철폐가 외국인직접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없다. 일단 한국과 미국 간에 관세가 철폐됨으로서 대미수출의 거점으로서 한국을 이용하려는 제3국(일본 혹은 중국 등)의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현실적으로 대미수출이 증대될 가능성이 큰 산업은 자동차와 섬유이므로 이들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제품에 대해 한국시장이 개방되었을 때, 지금까지 한국시장 확보를 위해서 미국으로부터 투자한 것은 미국에서의 직접수출로 전환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기존에 투자된 미국자본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적으로 자유무역협정에 의해 외국인직접투자가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서 이론적, 실증적으로 일관되게 말하기 어렵다. 사례로서 NAFTA를 살펴본다면 미국자본 혹은 제3국자본의 투자처로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서로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멕시코는 투자가 증가하였지만 캐나다의 경우에 있어서는 특별히 증가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미국의 캐나다에 대한 대외직접투자 누계액 비중은 1982→89→2000년에 20.9→16.7→10.2%로 줄어들었으며 이것은 결국 북미자유무역지대에 의해서 미국의 캐나다 생산거점의 많은 부분들이 폐쇄되어 갔음을 의미한다. (Eden Lorraine and Dan Li. "The new regionalism and foreign direct investment in the Americas", NAFTA's Impact on North America; The First Decad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Washington, D.C. 2004.)
 
  둘째로 한미FTA→외국인투자증가→성장성·생산성증가라는 단순논리도 상당히 낙관적인 몇 가지 가정에 입각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 국내산업을 구축시키지 않으며, 선진기술의 이전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과도한 이윤의 송금은 하지 않으며 이윤의 많은 부분은 투자국에 재투자해 나갈 것을 상정한다. 그러나 외국자본에 의해 국내산업이 잠식되며 그것에 의해 형성된 독과점시장구조가 시장효율성을 더욱 저하해 나갈 가능성도 존재 한다. 또한 본국으로의 과도한 이윤송금으로 인해 투하된 자본의 몇 배에 달하는 외화가 국외로 유출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우려는 단지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남미라는 무대와 론스타의 사례에서 보듯이 IMF 경제위기 이후의 한국사회에서 많이 발견되는 현상이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외국인투자의 증대가 아니다. 어떠한 외국인투자를 한국사회에 유치시켜 우리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과 이에 입각한 FTA협정문의 설계인 것이다. 일례로 제약업에 대한 활발한 M&A로 인해 그나마 약한 한국제약업의 기반이 무너진다면, 그래서 환자의 사용약값이 천정부지로 뛴다면 그러한 투자가 과연 성장성과 생산성의 증대에 도움을 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한미FTA와는 달리 한일FTA의 협상 속에서는 구체적으로 일본의 생산기술을 한국에 이전시키기 위한 산업기술협력과 직접투자의 증대가 중요한 과제로 논의된 적이 있었다. 이를 위해 공동의 '투자보험', '투자협력은행', '기술이전센터' 등의 아이디어가 만발했었다. 그러나 한미FTA에 있어서는 그러한 협력의 틀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투자'의 개념이 확대되고, 투자자의 권리가 더욱 보장되는 것밖에는 없는 것이다.
 
  결국 향후 한국에서 어떠한 산업을 육성하고 싶은가? 그러한 산업의 육성에 외국인투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위해 협정문체계는 어떻게 설계되어야하는가에 대한 일말의 전략적 고려도 없이, 그냥 한미FTA→외국인투자증가→성장성·생산성증가라는 단순논리로 일관해 갔던 것이다.
 
  (C) 무역구제와 개성공단 문제 : 과대선전(3)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섬유분야를 중심으로 대미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을 달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 외의 사항, 특히 미국시장 접근을 위한 비관세장벽이 완화되었다고 하기에는 이번 협상의 결과가 상당히 '애매'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무역구제와 관련하여 협정문 상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 가능하다.
 
  첫째는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를 위한 조사를 개시하기 이전에 상대국에 통보하고 동시에 협의하겠다는 것이다(사전통지 및 협의의무, 협정문 10.2조1항).
 
  둘째는 반덤핑 혹은 상계관계에 대한 조사에 있어서 한쪽이 피해에 대한 긍정적인 예비판정을 내릴 경우, 즉각 반덤핑 혹은 상계관계를 매기지 않고, 만약 우리 수출업자나 정부 측에서 가격 또는 물량합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면, 미국조사당국이 이를 당연히 고려하고(due consideration), 적절히 협의기회(adequate opportunity for consultation)를 제공하다는 것이다(가격 및 물량합의, 협정문 10.7조 4항). '가격 및 물량합의'란 조사당국과 수출업자가 가격 또는 물량에 대한 합의를 통하여 반덤핑관세를 중지할 수 있는 제도. 가격인상의 경우 반덤핑관세의 범위 내에서 결정됨으로 수출업자 입장에서는 반덤핑관세 부과로 인한 가격상승효과와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가격상승분은 수출자의 이윤으로 그대로 남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반해 반덩핑관세를 부가당하면 가격인상분은 수입국의 재정수입으로 귀속된다. 현실적으로 '가격 및 물량합의'가 수출업자에게는 유리한 조치이나, 미국의 경우 거의 이 제도는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 현재 총 300건에 이르는 미국의 반덤핑조치 중 가격/물량합의는 6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부관계부처합동, 『한미FTA 상세설명자료』, 2007년5월.)
 
  셋째는 이상의 것에 대한 이행 및 감독기구로서 무역구제위원회를 설치한다는 것이다(협정문 10.8조).
  이상의 협정문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결론이 '적절'히 '고려'하고 '협의'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이것이 어떻게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미국의 일방적인 무역구제조치를 제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은 나와 있지 않다.
 
  개성공단의 문제에 있어서도 협정문의 '애매모호'함은 그대로 나타난다. 발표된 문건만을 본다면 양국은 각 당사국의 공무원들로 구서된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Committee on Outward Processing Zones on the Korean Peninsula)를 설치하여 ①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진전, ②역외가공지역들이 남북한관계에 미치는 영향, ③역외가공지역에서 일반적인 환경기준, 노동기준 및 관행, 임금관행과 영업 및 경영관행 등의 기준이 충족되는 조건 하에서 역외가공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협정문 부속서 22-다). 정부는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OPZ에 대한 언급에 '추후실행'이라는 부대조건만 붙어있을 뿐이다. 북한에게 있어서 '비핵화', '노동·환경기준'이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미국과 다를 수 있다. 결국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는 향후 논의 하자는 '추상적' 선언에 불과한 것이다.
 
  4.2. 한미FTA와 사회적 공공성의 위기
 
  한미FTA가 가지는 '포괄적' 성격은 그것이 한국사회의 다양한 공공적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표현된다. 대표적으로 농업부분의 전면적 개방은 생활공간, 문화공간, 환경공간으로서의 농촌 및 농민의 위기로 귀결된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건강한 삶을 위한 중요한 구성요소인 것이다. 의약품시장의 개방과 특허권의 강화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에 대한 중요한 도전이 되기도 한다. 투자자보호의 강화는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심각히 저해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한미FTA를 찬성하던 반대하던 간에 이러한 공공영역의 위기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한미FTA는 한국의 '공공성'의 영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4.2.1. 농업-농촌-농민의 위기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농업의 의미이다. 단순한 산업으로서의 농업만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농업은 이미 사양산업이다. 그러나 만약 농업-농촌-농민이 연계된 하나의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환경적 실체로 생각한다면 우리에게 있어서 농업의 의미는 달라진다. 농업을 GATT의 규정 하에서 '비교역적 관심사항'(non-trade concerns)으로 규정하고, 또한 '다면적 기능'이라는 논법이 사용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금번 농업협상의 문제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하는 윤석원, 「농업분야의 피해」, 최태욱외, 『한미FTA, 주체별 피해분석』, 미래전략연구원/천정배의원실, 2007년6월. 김완배, 「한미FTA 농업분야 협상내용과 평가」, 경실련세미나발표논문, 2007년6월, 참조.)
 
  첫째, 쌀 이외 모든 농축산물 시장이 사실상 개방되었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관세가 모두 철폐되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관세철폐와 동시에 세이프가드의 발동도 불가능하다. 쌀만 지킨 것이다. 관세화 예외품목은 1531개 품목 중 쌀 및 쌀 관련제품 16개 품목으로서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액수가 아니라 상품의 수자로 따진다면, 지금까지 체결된 세계 모든 국가간 FTA에서 실질적으로 전품목을 관세 철폐한 예는 한미FTA가 유일하다. 쌀 이외 모든 농축산물 시장이 사실상 개방되었다는 점은 현재 우리 농업·농촌이 직면하고 있는 개방으로 인한 어려움을 외면했다는 비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둘째, 앞으로 한국농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과도 일치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협상타결로 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국농업이 향후 기술·자본집약적인 형태로 변해나가야 할 것은 당연하나 금번 협상은 그러한 방향으로부터 일탈되고 있었다. 관세철폐에 있어서 과실류, 시설채소류 등은 단기 및 즉시철폐가 많았으며 식량작물 및 채소류 등은 현행관세의 유지가 많았다. 이것은 장기적인 농업의 발전전략에 입각하여 협정문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단지 현재의 농업상황만을 지나치게 의식한, 근시안적이며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협상이었다.
 
  셋째,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정부가 미국의 농업보조금에 대해서는 일절 문제 삼지 않은 것도 큰 문제이다. 정부는 그 이유를 우리도 농업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양국이 지급하는 보조금의 차이 때문에 '공정한 무역'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연간 20조원 내외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쌀 농가소득의 약 75%를 보조하고 있으며, 농가소득의 약 35%가 각종 명목의 보조금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보조금이 지급된 농축산물과 우리의 농축산물이 1대1로 경쟁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공정한 무역의 게임이 아니다. 또한 미국의 농산물 덤핑수출에 대한 문제제기도 우리 정부는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총 119조원의 '농업농촌종합대책'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것도 상당히 문제가 크다. 사실 119조원은 '추가'로 조성된 것이 아니었다. 기존 농림부 예산의 약 80%가 포함된 것이다. 2007년 현재 농림부 예산은 약 7조7천억원. 향후 예산증가분까지 생각하면 119조원이라는 농업농촌지원의 숫자는 향후 십여년간의 어차피 들어갈 농업예산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일반 산업과는 달리 농업은 장시간에 걸친 구조조정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정부의 보조도 필수적이다.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환경, 문화, 治水 등 사회적 공공재의 공급주체로 인식한다면 국민들이 보조금이라는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보조금 수준은 절대적으로 낮다. 농업 GDP에 대한 농업보조금 비율이 2004년 현재 EU 22%, 미국 15%, 스위스 48%인데 반해 한국은 5%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제개방에 발목을 잡는 농민'이라는 인식, 그리고 일부 성공한 농민의 사례만을 과대 선전하는 정부의 선전태도는 문제가 있었다.
 
  4.2.2. 의료시스템의 위기
 
  다음은 국민건강을 담당하는 의약품/의료서비스 분야에 대한 영향이다. 의약품과 관련해서는 향후 의약품가격의 인상폭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초점이 된다.
 
  의약품분야의 협상결과(협정문 제5장)는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적절히 인정'하고(2조 나항), '허가-특허 연계'(신약의 특허가 살아 있는 동안에 복제약 시판을 금지시키는 제도), '자료독점'(최초 개발자 외에는 임상실험, 독성실험에 관한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것, 신약은 5년) 등으로 특허권이 확대되어가는 것이 주요한 골자이다.
 
  그러나 이 분야만큼 정부와 반대진영의 의견이 완벽히 다른 곳도 드물다. 반대진영에서는 연 1조원의 추가 약값 부담, 정부에서는 많아봐야 1천억원을 예상한다.
 
  먼저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적절히 인정'한다는 규정이 정부가 자율적으로 '적절히' 가격을 산정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선진 7개국 평균가격(A7)의 가격에 가깝게 설정한다는 것인지 전혀 인식이 다르다. 신설된 '허가-특허 연계'에 대해서도 정부는 국내법원의 특허침해 가처분사건의 처리기간인 4~10개월의 특허연장 효과만을 강조한다. 반대진영은 최소 20년 이상을 주장한다. 유사의약품의 '자료독점' 효과에 대해서도 인식의 일치가 전혀 없다. 신설될 '독립적 이의제기기구'의 역할에 대해서도 서로의 인식은 너무 어긋난다. 정부는 이 기구에서의 결정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원심에 대한 단순한 권고(recommendation)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반대진영은 '원심번복'의 권한을 가진 것으로 이해한다.
 
  현재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의 29%가 약값에 들어가고 있다. 다른 OECD 국가의 약값 비중(13~14%)에 비해 한국의 약값 비중은 두 배 이상 높다. 이러한 약값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방안'을 시행하고자 했다. 향후 '약제비 적정화방안'과 의약품분야 협상결과가 논리적으로 합치하는지, 또한 의료보험 재정의 중장기적인 finance가 가능한지는 바로 한미FTA에 의해 약값이 어느 정도 상승할 것인가에 대한 예측에 달려있다. 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루어진 바가 없다.
 
  4.2.3. 경제정책의 자율성 위기 : 투자자 국가제소권(ISD)
 
  한미FTA의 투자챕터(협정문 11장)에서는 광범위하게 규정된 '투자'에 대해 내국민대우·최혜국대우를 해주며, 정부가 각종 투자에 대한 어떠한 이행의무도 강제할 수 없으며, 그리고 자국 정부의 투자자산의 수용에 대해서도 그에 대한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이상과 같은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을 경우 미국인 투자자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ISCID(International Center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등과 같은 국제중재기관에 직접 고소할 수 있는 투자자-국가제소권이 보장되어 있다.
 
  여기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정부정책 즉 수용(expropriation)과 관련된 것이다. 협정문의 11.6조 제1항에서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비차별적 방법으로, 적법절차 및 최혜국대우 조항 등을 준수할 경우"에는 투자자의 재산을 수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수용할 시에는 "공정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그리고 현금으로 보상"하도록 되어있다.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본 협정문에서 국유화와 같은 '직접수용'만이 아니라 정부의 규제에 의해서 발생하게 되는 이득의 손실, 즉 '간접수용'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고속도로를 새로 내기 위해 사유지를 수용(매입)하는 경우는 직접수용에 해당되며, 이것에 대해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점은 크게 문제시될 것이 없다. '직접수용'의 개념은 한국법에서도 규정되어 있는 '수용'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협정문상이 '투자'의 개념이 한국의 '재산권'의 개념보다 넓게 설정되어 있으며, 수용에 대한 보상에 있어서도 '현금지급'은 한국의 기존법률체계와는 다르다는 문제는 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의 법률체계에 존재하고 있지 않은 '간접수용'과 이에 대한 보상을 인정한 점이다. 이 때 말하는 '간접수용'이란 직접수용처럼 정부가 외국인투자자의 재산권을 박탈, 국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의 정부조치로 인해 투자자의 재산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될 경우를 말한다.
 
  정부는 간접수용의 예외조건이 폭 넓게 인정됨으로서 '공공목적'을 위한 정부의 규제 및 조세조치 등은 여전히 기능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협정문상 안전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치 또는 일련의 조치가 그 목적 또는 효과에 비추어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때와 같은 드문 상황을 제외하고는, 공중보건, 안전, 환경 및 부동산가격안정화(예컨대, 저소득층 주거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통한)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 목적을 보호하기 위하여 고안되고 적용되는 당사국의 비차별적 규제행위는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한다(부속서 11-나, 3항).
 
  조세부과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부속서 11-바, 가항). 국제적으로 인정된 조세정책·원칙 및 관행에 합치하는 과세조치는 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나항). 특정국적의 투자자 또는 특정 납세자를 겨냥한 과세조치와는 반대로 비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과세수치는 수용을 구성할 가능성이 적다(다항). 투자가 이루어진 때에 과세조치가 이미 발효 중이었고 그 조치에 대한 정보가 공개적으로 이용가능하다면, 그 과세조치는 일반적으로 수용을 구성하지 아니한다(라항).
 
  여기서 논점이 되는 것은 공공목적을 위한 정부의 조치라도 '간접수용'으로 인정될 수 있는 '드문 상황'이란 어떠한 경우를 말하는가이다. 정부는 '거의 존재할 수없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200건에 달하고 있는 투자자-정부제소의 사례는 이것이 전혀 '드물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체코는 지난 2003년 미국투자가 로널드 라우어에게 1년의 의료보험예산에 해당하는 3억6천만달러를 물어야 했으며, 2003년 현재 파키스탄 정부는 스위스, 이탈리아, 터키 등의 기업에 의해 총 10억 달러가 넘는 분쟁에 휘말려 있다. (홍기빈,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녹색평론사, 2006년10월. 제1장 참조.)
 
  이러한 사례들은 후진국의 사례의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참고가 안 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NAFTA의 경우에 있어서도 미국투자자에 의해 총 29건의 국제중재회부가 있었으며, 그 내용도 현지국의 환경정책(메탈클랜드, 마이어스 사건), 조세정책(카길 사건), 공공정책(UPS의 캐나다 우체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등 다양하다. 송기호 전계서, 제2장
 
  한편 NAFTA의 협정문과 달리 '부동산가격안정화정책'이라는 유보사항을 집어넣은 것도 정부의 커다란 선전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가격안정화정책이 정부가 지금 주장하고 있듯이 현재 우리의 부동산관련정책 전체를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김성진(2007) 은 한국의 부동산관련법규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개발부담금 및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국제수준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양도소득세, 지방자치단체의 기부채납의 관행, 분양가상한제, 전매제한제도 등의 다양한 항목에서 '간접수용'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김성진, 「한미FTA 투자자-국가소송제가 부동산정책에 미치는 영향」, 경실련·민변·참여연대·토지정의시민연대 합동토론회, 『한미FTA와 한국의 부동산정책 자료집』, 2007년9월13일.)
 
  정부의 대응논리의 또 하나는 '투자자-국가제소권'이 지금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동안 우리가 약 80여개국과 체결한 투자협정에서도 투자자-국가제소권은 그대로 적용되었던 것이며, 그럼에도 ICSID와 같은 국제심판부에 한국정부가 제소된 적이 없었다는 점이 강조된다. 실질적으로 일본, 독일 등과 같은 나라와의 투자협정에는 투자자-국가제소권은 들어가 있다. 그러나 과거에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 규범 그 자체에 하자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지는 않는다. 투자자-국가제소권에 입각한 국제분쟁이 활발해진 것도 최근의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적어도 한국의 현행법제도 및 관행과 이 제도가 어떻게 양립가능한지에 대해서 정부는 자세히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나 위에서 열거하고 있는 논리 이외에는 아무것도 제시된 바 없다. 투자자-국가제소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한국의 각종 규제의 현황, 그리고 이 각종 규제의 한국경제사회에서의 의미 등을 가능한 한 면밀히 설명할 의무가 정부에게는 있다. 최소한 NAFTA 성립 이후 13년 지난 지금, 현재까지의 NAFTA에서의 소송사례를 기반으로 현 한국의 각종 규제와의 합치성, 향후 대책방향 등은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었으나 이러한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5. MB노믹스 비판(3) : 서민경제의 피폐와 정책의 비민주성
 
  5.1. 2008년, 서민들의 고단한 풍경
 
  2008 년의 지금 한국사회에서 서민의 생활은 여전히 고단하다. 만약에 '서민'을 중산층 이하의 계층으로 본다면 그 비율은 73.5%로 우리나라 대다수의 가구를 포괄한다. 이렇게 포괄적으로 규정된 서민 사회 내부에서도 지난 10여년간 커다란 지각변동이 있어왔다. 소득은 양극화되어 1997-2004년 하류층은 18.7%에서 21.7%로 증가했으며, 중산층은 58.7%에서 52.8%로 감소했다. (여기서 말하는 '서민'이란 한국의 가계소득의 중간값에 해당되는 소득(중위소득)의 0-150% 범위에 들어가는 사람을 기준으로 한다. 그중 하류층은 중간값 소득의 0-49%, 중산층은 50-150%을 기준으로 한다. 자료는 김문조, 『IT기반 계층간 양극화현상 극복』(정보통신연구원, 2006년12월) 참조. 이러한 양극화는 다른 소득분배 관련 지표, 즉 지니계수, 5분위ㆍ10분위 분배율 등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지난 10여년간의 소득분배 관련 통계의 정리는 신관호ㆍ신동균, 「소득분포 양극화의 특성과 경제ㆍ사회적 영향」, 『한국경제분석』(2007년 4월) 참조)
 
  단순한 소득의 양극화만은 아니었다. 양극화는 주식 또는 부동산소유에 있어서도 극심하게 진행되었다. 열심히 일하는 근로소득의 세계가 아니라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의 세계가 더욱 커져가는 것이다. (김유선, 「토지소유 불평등과 불로소득」, 『노동사회』(2005년 10월) 참조.)
 
  그러면 구체적으로 한국의 서민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2007년 1/4분기 통계청의 <가계수지동향>에서 전국 가구의 소득 5분위별 소득과 지출(월평균)을 살펴보면, 하위 Ⅰ, Ⅱ, Ⅲ 분위의 가계(전체의 60%)들은 적자거나 아니면 아주 조금밖에 저축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최하층은 월평균 83만원을 벌고 123만원을 써서 40만원의 적자를, 다음 계층은 18만원의 적자를, 그 다음은 36만원의 흑자를 보이고 있다. 흑자라 하더라도 대부분 주택대출상환금 혹은 각종 보험금일 것이므로 저축의 실질적 의미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들 서민들의 경제적 삶의 근거는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영세 자영업자 혹은 비정규직 근로자로서의 수입에서 얻어진다. 2004년 현재 우리의 자영업자 비율은 27.1%로서 OECD 평균 14.4%보다 상당히 높다. 몇 집 건너 하나씩 있는 통닭집, 김밥집의 모습은 우리의 영세 자영업자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용에 있어서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56%에 달하며(2004년), 그들의 대부분(816만명 중 791만명)은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으로 차별받고 있다.
 
  이처럼 별로 버는 것도 없고 불안한 노동환경 속에 있지만 전체적인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는 너무나 열악하다. 우리의 실질근로시간은 연간 2,561시간(일본 1,801시간, 독일 1,446시간)이며, 열악한 작업장 환경 때문에 중대재해율(인구 100만 명당 산재사망자 수)은 160명으로 일본 0.01명, 영국 12명, 미국 30명, 대만 63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2004년 기준. (김유선, 『한국노동자의 임금실태와 임금정책』(후마니타스, 2005년 3월) 참조. 노동시간은 2003년 기준. 중대재해율은 2000년 기준. 『KLI 노동통계』(한국노동연구원) 참조.)
 
  생활에 찌든 서민의 삶의 극단적 표현은 자살이다. 2004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2명이다. 이는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이다. 우리나라에 이어 헝가리(22.6명, 2003년), 일본(18.7명, 2002년)의 순위로 이어진다. 인구 5000만 명 기준으로 생각했을 경우 매년 12,100명이 자살하고 있는 것이다.
 
  5.2. 자율적 규제완화의 위험성
 
  그러면 지금의 MB노미스는 서민생활을 안정시킬 것인가?
 
  서민생활에 가장 타격이 클 곳은 의약품 분야일 것이다. 국내 최대인 동아제약의 매출액은 미국 화이자의 1% 수준에 불과할 만큼 우리의 경쟁력은 무척 약하다. 이러한 산업에 있어서 제약업의 특허권확대는 약값상승을 초래해 서민생활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약값의 문제만은 아니다. 의료제도의 변화움직임도 서민생활을 옥죄일 가능성이 크다. 주지하듯이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어떤 의료기관이든 건강보험 적용을 강제규정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병원주주 또는 채권소유주에 대한 이윤배당을 불허하는 '비영리병원 규정', 전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건강보험 강제가입'의 세 가지 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철학은 국민에 대한 의료혜택을 최대화하기 위해 의료부문의 공공성을 강제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국민의 반발에 부딪혀 보건복지가족부는 4월 28일 일단 '폐지'하지 않기로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산업육성이라는 목표로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민영의료보험활성화와 영리병원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고 영리병원과 민간의료보험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서 의료보험당연지정제의 수정이 끊임없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한미FTA에서는 의료서비스의 개방은 일단 유보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건강보험 비적용/영리병원 허용'을 경제자유구역에서 시행한 후 전국적 확산이나 폐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광양, 부산의 세 곳이 지정되어 있는데 앞으로 제주를 포함해 6개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문제는 한미FTA가 고강도의 개방방식, 즉 '역진방지조항(소위 래칫조항)'을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일단 한번 개방된 것은 그보다 낮은 수준의 개방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경제자유구역 내의 의료제도 변화를 협정문에 명시함에 따라 우리는 이 제도의 부작용을 발견하더라도 결코 폐지할 수 없게 되었다. 경제자유지역과 '그 외' 지역과의 분리, 그리고 '그 외' 지역에서도 영리병원의 허용과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가 추진되고 있는 현실은 양 지역간의 역차별 논쟁을 격화시킬 가능성을 크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의 유능한 의료진은 상당수 높은 보수를 기대하고 영리병원으로 이동하게 되어 서민층 소비자는 양질의 의료서비스에서 점차 멀어지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의료의 양극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양극화에 대한 속시원한 대답은 정부로부터 들려오지 않는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한미FTA를 기점으로 해서 현재유보, 미래유보로 되어 있는 많은 부분들이 한미FTA와는 관계없이 우리의 스케줄에 따라서 '자주적'으로 개방되어갈 경우이다. 한미FTA의 협정문 자체로만 본다면 일단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당장 크게 불이익이 초래될 것 같지는 않다. 공공퇴직제도(국민연금) 및 사회보장제도(건강보험)는 금융협정에 적용되지 않으며, 전기, 수도, 가스, 통신, 철도 등 각종의 공공서비스 영역도 외국인의 소유지분제한 혹은 사업제한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보호되고 있다(협정문 부속서 Ⅰ, Ⅱ). 그러나 우리가 '자주적'으로 개방했을 경우는 다르다. 이 경우 의료, 교육, 전기, 수도, 가스, 교통, 통신 등 한국사회의 공공성의 영역은 심대한 타격을 받는다. 그것을 바로 고치려 해도 역진방지조항(ratchet)과 투자자-정부 제소권(ISD) 때문에 사태를 되돌릴 수 없게 된다. 거기에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전반적 세금감면 등이 추진된다면, 그리고 고용유연성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조건의 불안정성이 더욱 확대된다면 서민생활은 악화방향으로,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건너갈 수도 있다.
 
  따라서 한미FTA를 전제로 한다면, 앞으로 벌어지는 민영화, 그리고 '자주적'인 시장개방에는 더욱 더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의 MB정권은 이러한 염려로부터 '자유'로운 것 같다. 제대로 된 검증과 준비도 없이 5월 임시국회의 비준을 성사시키려 하며, 서민생활의 안정대책도 제대로 내놓지 않는다. 오히려 각종 민영화 프로그램, 의료보험시스템의 개혁 등 한미FTA 협정문상 후퇴가 불가능한 정책을 펴려 하고 있다. 앞으로 예의 주시해 봐야할 대목이기도 하다.
 
  5.3. 복지사회의 비전 부재
 
  참여정부 하에서 동반성장의 기치를 올렸던 <비전 2030>(2006년)은 구체적인 재정조달계획도 없었으며, 그것을 실현할 만한 정치적 리더십도 부재했다. 그러나 복지사회의 실현을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는 뜨거운 감자를 한국사회에 제시한 공적은 있다고 본다. 그러나 MB노믹스 하에서의 복지비전은 '전무'에 가깝다. 2008년 3월 13일의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서에는, MB정권의 키워드 중 하나인 '능동적 복지'란 "빈곤과 질병 등 사회적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이 일을 통해 재기할 수 있도록 돕고,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복지정책"을 의미한다고 써져 있다. 이러한 '능동적 복지정책'으로 2012년에는 국민연금수급자도, 건강보험재정도, 의료급여수급자도, 그리고 국민의 건강수명도 모두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훌륭한 장밋빛 미래이다.
 
▲ <표 5> 한국복지국가의 비전
 
  자료 : 2008년 3월 13일의 복건복지가족부 대통령업무보고자료.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돈'이다. 정부가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자원을 투입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러나 '능동적 복지'의 정책 속에서는 복지관련 예산은 가장 후순위로 밀려나있다. 재정기획부가 4월 29일 발표한 자료(2009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의하면 복지예산은 최대한 억제하고, 연구개발, 문화컨텐츠산업, 교육 등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분야에 예산을 집중 배정한다고 한다.(조선일보, 2008년4월30일.)
 
  그러나 고령화, 사회적 양극화의 진전에 복지예산의 증가가 더욱 필요로 되는 시점에서, 예산의 억제와 복지사회의 미래비전을 동시에 언급하는 것은 '네모난 동그라미'와 같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가령 복건복지가족부의 업무보고(3월13일)에서도 만성질환 등의 증가로 인하여 매년 의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예산을 동결시키고자 하는 것이 현재의 '능동적 복지'의 사고방식이다.
 
  애초부터 한국의 복지예산이 과다하다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북구 및 서유럽 국가들은 별로도 하더라도, OECD 국가 중 상대적인 복지후진국인 이탈리아, 일본, 미국, 멕시코에 비해서도 우리나라의 복지부분 지출은 터무니없이 작다.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비중(2001년 기준)은 이탈리아 24.4%, 일본 16.9%, 미국 14.8%, 멕시코 11.8%에 비해 우리나라는 6.1%에 불과하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 2006년 1월.) 결국 '능동적 복지'의 본질은 '능동적'으로 '각자'가 '알아서 해라'로 밖에 읽혀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5.4. 정책의 비민주성
 
  신정부의 정부기구개편의 주요 목적은 한마디로 '효율의 극대화'였다. 총리, 장관, 청와대비서관들의 '자질'과 '실력'은 별도로 하더라도, 적어도 집권초기의 의도는 정책의 효율적인 수립과 실시를 위해 정부기구를 개편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조직의 개편, 즉 정부기능 일부를 민간에 이양시키며(축소), 중복을 없애며(통합),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집중)은 현정부가 인수위 시절에 가장 '공'을 들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의 극대화'가 오만과 독선으로 빠져 결과적으로 정책효율을 저해하는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 민주사회에서는 때로는 천천히 가는 것이 더욱 빨리 가는 수가 있다. 일사불란하게 돌진하는 것은 군대나 기업에서는 효율적일 수 있다. 명령에 의해 적진돌파를 감행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바로 그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민주사회는 다르다. 끊임없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중간점을 만들어 가지 않는 한, 사회구성원의 대립과 반목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느리지만 차분한 방향설정과 견실한 일보전진이 목표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민주사회의 역설(逆說)인 것이다.
 
  일단 기업과는 달리 정부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변한다. 따라서 적절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거대한 관료체계, 그 외곽에 포진하고 있는 각종 국책연구기관은 권력자의 뜻대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역대정권에서도 항상 그랬고, 이번 정권이라고 다를 바 없다. 아니 '기민'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조직개편의 성격에서 볼 때 정부 내에서 상호 견제하는 목소리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이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정부의 '오만'과 '독선'은 금번 쇠고기협상을 둘러싼 혼란과정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논란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변형 프리온, 특정위험물질(SRM), 크로이펠트 야코프병 등과 같은 전문용어는 거기에 합당한 전문가들이 논의하면 된다. 2억5000만 미국인도 모두 먹는데 뭐가 문제냐는 논법도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중요한 것은 차분히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도 이 모든 것이 생략되었다. 한·미정상회담이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협상은 서둘러 타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쇠고기협상이 정상회담과는 전혀 별개였다고 거짓말을 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정부가 이제는 너무나 당당히 180도 말을 바꾸었다. 안전하니 믿으라는 말, 과거의 염려는 통상협상용 주장이었다는 말, 그리고 우리는 열심히 협상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납득하지 못한 국민들은 범람하는 '괴담' 속에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었고, 정부는 국민들의 분노에 대해 '정치적 선동', '좌파 선동가들의 개입' 운운하며 색깔논쟁으로 폄하해 버렸다. 오만하고 독선적이었던 것이다. 애초부터 미국과의 협상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설득이었다. 국민을 먼저 설득하고 그리고 안심시켰어야 했다. 그런 후에 협상에 임하는 것이 순서였다. 그런데도 모든 것이 거꾸로였다.
 
  비단 쇠고기문제만이 아니다. 감세에 따른 복지재정 축소, 의료보험당연지정제의 폐지, 재벌규제완화의 각종 논란 속에서 제대로 된 의견수렴은 생략되고 있다. 그 흔한 공청회도 열리지 않으며, 반대진영을 설득하고 있다는 흔적도 발견되지 않는다. 정부는 정부대로, 정당은 정당대로, 진보적 시민단체는 시민단체대로 다 따로 놀고 있다. 국민-시민단체-의회-정부로 이어지는 의견수렴의 통로에 무언가 심대한 기능장애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부는 자신의 정책을 주장할 권리와 함께 반대진영을 설득할 의무도 함께 가지고 있다. 그것이 민주사회의 리더십이며 정권을 가진 사람들의 의무이다. 그리고 그러한 리더십을 통해서만 정책이 초래하는 경제사회적 갈등비용을 최소화시키며, 또한 스스로의 정책도 더욱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이 정부는 무시하고 있다. 개혁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는 정치공학적 발상은 정책담당자들 판단의 신성불가침적 오만과 독선을 나타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오만과 독선이 지배하는 정부를 '민주정권'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6. 결론 : 토건국가의 유혹을 경계하며
 
  MB노믹스 하에서 서민생활의 안정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한나라당은 대선공약집에서 기름값, 통신비, 약값, 사교육비 등 서민의 주요생활비를 30% 경감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유류세 인하는 주유소의 소비자가격 하락에 반영되지 않으며, 통신비 인하도 인수위 논의과정에서 우야무야 되어버렸다. 약값은 한미FTA의 의약품협상을 전제로 한다면 내려갈 가능성은 전무에 가깝다. 여기에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민간의료보험활성화, 그리고 만약 의료보험당연지정제폐지 등이 결합된다면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는 심화된다. 사교육비는 대학입시자율화, 영어몰입교육 등이 추진되면서 점점 더 부담이 커진다. 한반도대운하, 수도권규제완화, 그린벨트해제, 뉴타운공약 등 각종의 '개발계획' 속에서 집값안정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다.
 
  만 약 서민들의 생활비가 경감될 수 없다면, 이들에 대한 생활보조금을 더욱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회의적이다. 법인세·소득세 인하, 상속세 폐지 논란 등에서 보이듯 '있는 자'에게 세금을 걷어 '없는 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은 애초부터 MB노믹스의 철학에 반한다.
 
  그러면 남는 것은 "경제성장을 통한 좋은 일자리창출"뿐이다. 이것이 바로 MB노믹스가 제기하는 '능동적 복지'의 본질이다. 연 7% 경제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소위 '747공약'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위해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겠다고 한다.
 
  과연 세금을 줄이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가 창출되는가? 지금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금을 내부유보로 남겨두고 있다. 투자할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투자할 '곳'이 없는 것이다. 그러면 지금의 규제완화정책, 즉 재벌의 출자총액제한, 금산분리규제 등의 철폐는 투자할 '곳'을 확대시켜 주는가? 경영권이 안정되야만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는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내부지분율이 이미 35%에나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 설득력이 없다. 설상 투자가 확대되더라도 그 내용은 신규설비투자가 아니다. 단지 지배력 강화를 위한 계열기업사간 출자에 불과하다. 법과 원칙의 확립에 의한 경제 활성화론도 현실적으로는 너무나 '기업편향적'이다. 삼성의 '수천억원의 탈세'에도 불구하고 그룹회장이 불기소되는 상황에서 사회정의는 애초부터 상실되기 마련이다.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만 강력한 '법과 원칙'이 관철되는 곳에서 안정된 경제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논리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이 때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의 마지막 비법은 기형적으로 비대한 한국의 건설업에게 새로운 성장과 일자리창출의 중임을 맡기는 것이다. 전국토를 '삽질'하면 일단은 경기가 살아난다. 지역경제는 활성화되며 부동산가격 상승과 함께 중산층은 재산이 증가된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돈은 돌고 소비도 늘고 그리고 경기도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잔치가 끝나고 난 후 직면하게 될 것은 아름다운 산천의 파괴와 서민들의 무너진 내집마련의 꿈인 것이다.
 
  좀 다른 방식의 성장전략은 없는 것인가? 아름다운 산천이 보존되고, 분배정의가 실현되며, 자율과 배려 속에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룩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인가? MB노믹스를 찬성하던 반대하던 간에 이 시대를 사는 경제전문가들의 사명은 IMF 환란이후 버림받은 서민들의 삶을 재건시키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한 면에서 적어도 지금의 'MB노믹스'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끝)
   
 
  김종걸/한양대 교수
Posted by uk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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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무너지는 숭례문과 무기력한 물줄기를 보면서 느꼈던 분노를 삭히고 상심한 마음을
달랠 틈도 없이,,.

이명박씨가 숭례문을 국민의 성금으로 복원하자고 했다는군요.
당신의 이 말이 관심의 촛점을 흐리려는 의도라면,
당신은 저질스런 삼류정치인, 혐오스런 탐욕의 화신. 게다가 센스 빵점!!
당신의 이 말이 진심이라면,
당신은 상황판단력 제로, 문제해결능력  꽝. 당연히 센스 빵점!!

이경숙씨는 바람직한 제안이라며 동감을 표시했다는군요.
당신의 이 말이 오,나의 이메가님을 위한 딸랑거림이었다면,
당신은 추잡한 기회주의자, 무능력한 속물.
당신의 이 말이 진심이라면,
당신은 은퇴의 시기를 넘긴, 한물간 동네 양아치

소방당국은 진화 실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는군요.
진심이건 비난의 살을 비껴갈 버티기 전략이건간에,
당신들은 가치와 능력을 경시하고 전문가 의식이 결여된 무책임한 사회 관리층의 전형

이런순간에 중간이란 없다. 잘하지 못하면 못하는 것이 되고 만다.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면 벗어나는 것이고, 안일하게 대처하면 망하는 것이다.
평범한 수준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리라 믿는다.


그리고, 애써 외면하려는 쓰라린 가슴을 파고드는 저 메아리들, 강산에 진동하는 저들의 거침없는 메아리들. 오호 애재라~

[숭례문의 하직인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출처: http://arttradition.tistory.com/174#comment156865

[관련기사] 진중권 "숭례문이 불우이웃이냐?

PS)
...이 당선인도 전날 오후 자신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지자 “관 주도로 모금운동을 하겠다는 말이 아닌데 진의와 달리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진짜 멍청한 거야, 순진한 척하는거야. 할말이 없다.
...이경숙 위원장은 또 국민성금 제안 취지에 대해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모금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스스로 치유받는 과정에동참하자는 뜻으로 말씀하셨는데 국민에게 부담주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았는지 생각이 들어 오해가 풀어졌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이 정도면 제정신 아닌거 맞죠.?!

Posted by uk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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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에 대한 맹신, 지나친 엘리트 주의, 구시대의 주먹구구식 성과주의. MB 정부가 극복해할 것들이다. 그런데, 걱정이 하나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수위의 만행이란 참으로 한탄스럽다.
그래도 장점을 보고싶고 기대도 해보고 싶은데,, 자꾸 한숨만 나온다.

영어공교육 정책. 영어교육을 개혁하는건 좋다. 물론 찬성이다. 그런데 잘못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자세히는 모르지만 첫째,
몇년만에 영어교육의 틀을 완전히 바꾸겠다는건데 교사를 구하는것도 그렇고 오래걸리더라도 온전한 기반을 갖추고 가는게 아니고 그냥 우르르 달려들어 해치우고 보는 구태한 문제 해결 마인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거 아닌가. 주먹구구식 성과주의가 아니고 뭔가.
둘째, 현재 영어가 지나치게 강조된것 역시 커다란 문제중의 하나라고 본다. 입시고 취업이고 영어점수가 큰비중을 갖는데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영어를 잘해야 인재이고 능력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그렇게 따지면 수학점수로 능력을 평가하는것도 일리는 있다. 안그래도 전국민이 영어 컴플렉스에 시달리는데 지도자라는 사람이 영어가 소득을 결정한다는둥 이런 소리를 하다니 너무 무비판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아닌가.
셋째, 영어공교육 강화가 양극화를 해소할거라는 근거가 도대체 뭔가. 오히려 사교육과 양극화를 부추기게 될거 같은데, 아무 대책도 없지 않나. 두가지는 사실 별개의 문제이다. 이것은 매우 치사한 속임수이거나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발상이다. 영어공교육이니 양극화니 하는 왜곡된 수사들로 그 실체를 숨기고 있다. 저들의 정책은 영어교육에 회화의 비중을 높이고 입시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겠다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이것은 공교육의 정상화나 특히, 양극화의 해소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며 별도의 대책이 있지 않는한 심각한 부작용을 나을것이다.  뻔뻔하고 역겨운 엘리트 주의일뿐이다.
이밖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것이지만, 일단 여기까지..--

관련기사:
 진중권 "'하이, 찰리! 밥 먹었니'가 국가경쟁력과 무슨 관계냐"

“안녕하세요” 아니죠~“굿모닝” 맞습니다


Posted by uk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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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검토하고 도모하고 시도하는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왜 하나같이 이런식의 얘기들만 나오냐 이거지. 아우 속상해.

미국이 쌍방향 요금제니까 우리도 하고, 미국이 의료보험 민영화니까 우리도 하는건가.
쌍방향 요금제가 일리가 전혀 없는것은 아니겠지만, 부작용이 많은것도 사실이자너.
좀 참신하고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걸 찾고, 없슴 말던가.
뿌리깊은 불합리가 얼마나 많은데, 쓸데없는 일 안벌이고 난해하고 불확실해도 꼭 필요한 일에
도전하고 집중하는 정부가 되어주면 얼마나 좋아.
과거가 씁쓸해도 좋다 이거야. 성향이 럭셔리해도 지켜봐주겠다 이거야.
일잘하는 모습 좀 보고싶다 이거지.

쿼바디스 도미네!


Posted by uk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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